'컨트롤타워 혼란' 전문가 수차례 경고

2014-04-21 11:17:24 게재

국회 입법조사처 등 "장관이 장관을 통제할 수 있나"

윤명오 교수 "미국에서도 기능통합 후 혼란만 가중"

지난해 국가통합재난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을 통과,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콘트롤타워의 혼란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았으나 법안, 시행령 등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및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정부는 지난해 5월 31일에 국회에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6월 27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한달도 안돼 법안 개정작업이 끝난 셈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제기가 없었다. 안전행정위 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는 정부안에 대해"바람직하다"는 의견만 제시하면서 국무총리에서 안행부 장관으로 콘트롤타워가 옮겨지는 것에 대한 문제점에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효율적일 것"으로 봤다.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통과(6월 20일)되고 본회의에 상정되기 사흘전인 6월 24일에 안전행정위 주관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미 정부안을 토대로한 대안이 만들어진 상태였고 법안은 상임위 논의를 끝낸 후 법사위에 올라가 있었다. 사실상 토론회는 요식행위였다고 볼 수 있다.

이 토론회에서 양기근 원광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많은 기관을 생소한 재난대응체계에 흡수하는 방식의 통합 지휘체계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기능을 국토안전부(DHS)로 대부분 흡수통합시킨 이후 오히려 혼란이 확산됐으며 이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로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수직적 통합체제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류희인 희망제작소 재난안전연구소장은 "안보, 자연재난, 인위재난, 사회적 재난(파업 등) 등을 안행부가 일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안행부 만능주의 발상"이라며 "각 부처에서 재난과 국가핵심기반 마비 분야에 대해 각각 다른 개별법으로 관리, 발전해왔는데 안행부가 다른 부처를 상대로 효과적으로 지휘통제 기능을 발휘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국가위기관리의 최종책임자는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면서 "청와대가 최종적 콘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안행부가 청와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실무적 차원에서 부처를 지휘통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행(올 2월) 3개월 전인 같은해 11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 시행으로 조직의 지휘와 명령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재현·박영원 입법조사관은 "대규모 재난발생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중대본부장)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하도록 했으나 실질적으로 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을 명령체계에 의해 지휘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 지역재난 안전대책본부를 지휘하는데 사고수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앙 및 지역 긴급구조통제단은 중대본의 지휘를 받도록 해 사고수습의 효율적 관리가 여전히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재난의 경우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는 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지휘를 모두 받아 두 기관의 명령에 대해 혼선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중앙 및 지역 긴급구조통제단 역시 중앙재난 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되지 않은 재난의 경우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휘할 수 있도록 법령에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직후 조직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는 재난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안전관리본부를 제 2 차관 직속으로 신설하고 재난안전실을 안전관리본부로 확대개편했다. 정부는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통합재난대응시스템을 중대본 중심으로 재편했다. 안행부 장관은 중대본부장을 맡아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인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또 안전정책조정위원회의 총괄, 조정권을 강화했고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 시군구 재난안전대책을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재난분야별 위기관리 매뉴얼의 작성, 운용근거를 법률로 규정하기도 했다. 더불어 재난발생시 초기대응에 대한 혼선을 막기 위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명확히 지정하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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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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